🎬 [리뷰] 현실보다 더 불편한 현실 – 손현우 감독의 <주차금지>
손현우 감독의 *<주차금지>*는 형식상 스릴러지만, 사실상 현실 속 젠더 권력 구조를 파헤치는 사회적 공포극에 가깝다. 단순한 살인 사건을 다룬 영화처럼 보이지만, 이면에는 "누가 더 무서운가?"라는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여주인공 류현경을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유부남 직장상사의 존재는 단순한 빌런이 아니다. 그는 너무도 흔하게 존재하는, 하지만 쉽게 처벌받지 않는 일상적 가해자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그의 언행은 하나하나 치밀하고 은근하며, 그래서 더 소름 끼친다. 이런 캐릭터를 향한 카메라의 시선은 철저히 관찰자적이지만, 관객은 점점 가해와 방조 사이의 애매한 공간에 갇힌다.
결국 살인범이 그런 인물들을 ‘처리’하면서 주는 통쾌함은, 어쩌면 사회 정의가 기능하지 않는 현실에 대한 일종의 판타지적 해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쾌감이 오래가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영화가 그려내는 공포는 어디까지나 우리가 사는 세상, 바로 그 ‘현실’이기 때문이다.
다만,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살인범의 행동이 지나치게 노골적이고, 긴장감 유지를 위한 장치들이 반복되다 보니 서사의 설득력은 다소 약해진다. *"스토리보다는 감정의 불편함에 집중하라"*는 의도였는지도 모르지만, 이로 인해 캐릭터의 개연성과 감정선이 희미해지는 건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차금지>*는 짧은 러닝타임 동안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문제작이다. 누가 괴물이고, 누가 방조자이며, 무엇이 정의인가. 이 영화는 그 질문을 끝까지 피하지 않는다.
✅ 한줄평: 불편함을 견딜 수 있다면, 이 영화는 당신의 일상에 숨어 있는 공포를 직면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