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지 않는 자는 공범이다” – 안내상의 기자, 그리고 지금의 한국 정치
《신명》은 김규리의 굿판이 전면에 펼쳐지는 영화지만, 이 이야기의 진짜 촛점은 ‘지켜보는 자’ 안내상에게도 있다. 그는 굿을 취재하러 온 기자이자, 무너져가는 진실과 믿음의 세계 앞에서 침묵할 것인지, 기록할 것인지 갈등하는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안내상, 그는 기자였지만 동시에 우리였다
안내상이 맡은 기자는 이 영화의 관찰자이자 질문자다. 그는 굿판을 지켜보며, 점점 '기록하는 자'에서 '증인'으로 변화한다. 처음엔 냉소적이고 거리감이 있었지만, 어느 순간 그는 무속과 진실, 삶과 억울함이 얽힌 ‘신명’의 세계로 스며든다.
이 모습이 낯설지 않다. 오늘날 뉴스룸의 수많은 기자들, 또는 우리가 그렇게 보고 있는 ‘언론인’이라는 직업군.
그들은 지금 권력의 굿판 앞에서 어떤 기록을 남기고 있는가? 혹은, 남기고나 있는가?
기록할 것인가, 외면할 것인가
지금 한국의 정치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굿판 같다.
무속 논란, 은밀한 권력 관계, 불투명한 국정 운영, 실체 없는 '지시'들…
대통령실이 부인하면 아무 일도 없는 것이 되고, 김건희 여사의 등장은 보이지 않게 처리된다.
이런 현실에서 기자 안내상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의 이 굿판을 기록하고 있는가?”
안내상은 끝내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어쩌면 그것이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 진실을 외면하는 순간, 우리는 모두 공범이 된다는 것.
신명이 사라진 시대, 기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영화에서 굿은 억울함을 풀고, 맺힌 정을 해소하는 치유의 장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어떤가?
‘진실’이라는 이름의 굿판은 사라졌고, 대신 정권의 프레임과 입장문, 홍보 브리핑이 진실을 덮고 있다.
이 속에서 기자는 점점 무력해지거나, 혹은 기꺼이 권력의 입이 되고 있다. 안내상이라는 인물은 이 딜레마를 온몸으로 보여준다. 침묵할 것인가, 아니면 두려움을 안고 기록할 것인가?
결론: 신명을 기록한 자, 안내상
《신명》은 김규리의 이야기이자, 동시에 기자 안내상의 이야기다.
이 굿판의 기록자가 있다는 것, 누군가가 진실을 두려워하지 않고 응시하고 있다는 것이 오늘날 이 나라에 가장 필요한 신명 아닐까.
지금 정치판에도, 기자 안내상이 필요하다.
거짓을 그대로 옮기지 않고, 두려움을 넘어서 기록할 줄 아는 ‘증인의 용기’를 가진 기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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